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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심리학 미움받을 용기

by 메이그린 2024. 3. 23.

 

 

1. 평가어플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의 한 에피소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상대에게 별점을 매기는 평가 어플이 인류를 지배한 세상.
세상 모든 사람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즉각적으로 별점을 매기고 인간들은 어플에 뜨는 점수로 서로를 평가합니다.
사소한 실수만으로 근거 없는 가짜 뉴스만으로 평점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지만 그 혜택은 인생이 갈릴 정도로 어마무시합니다.
높은 평점을 받으면 부와 명예를 누리며 선망의 대상이 되고 반대로 낮은 평점을 받으면 각종 차별과 멸시를 당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소개한 이유는 미움받을 용기를 이해하는 데 이것만 한 예시가 없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매기는 평점만으로 인생의 흥망이 갈리는 세상.
정신이 온전하려고 해도 온전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본모습을 숨기며 남들 비위나 맞추며 살다가 사소한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깎이는 평점에 신경이 쓰여 잠도 제대로 못 자게 될 겁니다.
드라마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요.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방법은 뭘까요?
사실 우리는 이 세계의 문제가 뭔지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넷플릭스 드라마의 내용을 보면 어플만 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상황을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 건 극단적인 평가 어플이니 말입니다.
눈치를 보고 비굴해지면서 평점 만점을 달성하는 게 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게 없는 세상을 살아봤으니 아니 아예 이 따위 어플 하나에 얽매이고 괴로워하는 주인공이 멍청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아들러 역시 같은 해답을 내놓습니다. 어플을 지우고 평점에 신경을 끄라고 말입니다.
그게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히면서요.

헤어진 전 연인 SNS도 시시 때때로 들여다보는데 삭제라도 안 하면 평가 어플인데 안 들여다보겠냐고 말입니다.
이미 여러분은 위의 드라마 속 세상이 '비유'였다는 걸 눈치채셨을 겁니다.
실제로 우리 뇌 속에는 평가 어플이 하나씩 깔려 있습니다.
친구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고 인정과 존경을 받고 싶어서 사치와 허세를 부리며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가식을 떱니다.
아들러가 말하는 "칭찬을 하지도 받지도 마라." "남을 평가하지도 말고 받지도 마라."하는 이상한 소리가 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이렇게 평가 어플에 휘둘리면서 자신을 잃어갈 바에는 아예 그냥 지워버리라고 말합니다.
그냥 당신의 인생에 평가나 인정이라는 개념을 아예 지워버리라고 주장합니다.
어플을 지우면 더 이상 내 평점을 보지도 난 평점을 매기지도 못하는 것처럼 아예 평가라는 개념을 삭제해서 나에게 평점을 어떻게 매기든 신경 쓰지 말고 살라고 이야기합니다.

2. 타자공헌(남을 위해 노력하라)

그러나 몰입을 조금만 더 해도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제는 우리가 직접 드라마 세계로 소환이 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만 어플을 지운다고 해결이 되는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내가 삭제를 하든 말든 다른 사람들은 평점 어플을 계속 쓸 텐데고 내 평점은 계속 매겨질 텐데 말입니다.
평점은 신경 안 쓰고 내 멋대로만 산다면 평점은 계속 깎여나갈 테고 결국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고 범죄자와 어울리며 노숙을 전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무인도에서 혼자 살까요?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방법은 공동체에서 함께 사는 것입니다.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온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사랑도 우정도, 돈도 행복도 모두 관계에서 나오며 그게 인간이 가진 한계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플을 삭제해야하는 것일까요?
드라마 속 사람들은 분명 어플이 가진 장점만을 열거하면서 당신 말에 반기를 들것입니다.
어플이 정말 당연하게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결국 남에게 삭제하냐 마냐 말해봤자 별점 테러만 받을 뿐입니다.

여기서 아들러가 한 가지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앱을 삭제하고 평점을 신경 쓰지 않고 남을 힘들게 설득하지 않고도 높은 평점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을 말입니다.
그래서 그 방법이 뭐냐. 그건 바로바로 타자 공헌.
말 그대로 그냥 남을 위해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이것만 교육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평점을 높게 받기 위해' 같은 목적을 버리고 그냥 잘해주라는 겁니다.

그럼 뭐가 좋을까요?
우선은 앱을 삭제한 당신이, 남에게 나쁜 평점을 안 남기는 당신이 친절하기까지 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기가 미처 실수를 하더라도 평점이 안 깎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당신을 만날 때만큼은 부담감을 줄이고 매우 편해할 테니 말입니다.
이게 아들러가 생각한 아니 아들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철학자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던 시나리오입니다.
평점에 신경 쓰지 않아서 평점이 높은 사람이 되는 시나리오말입니다.

3. 망상이 없다는 망상을 하자

아들러는 이 세상을 사는 사람은 절대로 평점 만점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신을 아니꼽게 보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게 밉상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냥 몰래 성격이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연기로만 잘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점에 기대지 않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일 텐데 특별한 목적 없이 순수하게 타인을 위하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일 텐데 그 세계에서 행복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일 텐데 말입니다.
아들러는 이렇게 현실과 상상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했습니다.
나 잘났니, 너 잘났니 하면서 평점을 5점 주니 1점 주니 하는 건 그냥 우리 뇌 속에서만 일어나는 망상일 뿐이니 없애라고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흑역사에 얽매여서 미래가 걱정돼서 손에 일이 안 잡히는 이들에게도 같은 말을 합니다.
과거는 있었던 게 맞고 미래는 일어날 게 맞지만 그걸 떠올리는 건 내 뇌 속에서만 벌어지는 망상 아니냐고 말입니다.
실제 현실에서 당신의 몸은 지금 여기 있지 않냐고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그 망상뿐 아니겠냐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당연히 실제 인간은 트라우마나 평가 어플 같은 망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명백히 존재하는 거니까요. 아들러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굉장히 놀랍고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크게 소리친 거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여기에 당신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간이 망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망상이 없다는 망상을 하자."라고 말합니다.

아들러는 어그로를 끌기 위해 "칭찬하면 안 된다." "PTSD는 꾀병이다." 같은 자극적인 섬네일로 상식에 대한 안티테제를 잔뜩 끌어다 써서 비호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뜯어보면 같은 말이라 말장난하는 감이 있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아들러를 넘어 그 메시지를 쉽게 짜집은 이 책, '미움받을 용기'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100년 전 프로이트를 굳이 예토전생시켜 쉐도우 복싱을 한다든가 현실과 동떨어지는 "상사가 갈구든 말든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같은 설득력 낮은 예시와
청년에게 계도하는 듯한 그림은 물가로 데리고 가는 걸 넘어 바가지로 퍼먹기며 "어때? 맛있지? 좋은 물이야." 하는 느낌을 주다 보니 되려 물을 마시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은 이야기합니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타인에게 미움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것은 용기의 문제다."
미움이라는 것에 용기를 얹는다는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합니다.
미움받을 용기 아니,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용기말입니다.